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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학대를 다룬 사회 고발 드라마

by yuni's 공간 2025. 7. 8.

아동 학대는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근절되지 않은 심각한 사회 문제다. 드라마는 이러한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정면으로 다루며 시청자들에게 경각심과 공감을 동시에 일깨운다. 아동의 목소리를 대신하고, 침묵 속 피해자들의 존재를 드러내는 사회 고발 드라마는 이제 장르를 넘어선 사회적 메시지로 자리 잡고 있다. 본문에서는 아동 학대를 주제로 한 드라마의 의의와 파급력을 분석한다.

아동학대에 대한 침묵을 대신 외치는 드라마

드라마 '마더' 포스터
드라마 '마더'

아동 학대는 통계나 신문 기사로는 실감하기 어려운 고통이다. 어린 생명이 겪는 심리적·육체적 상처는 대부분 폐쇄된 공간,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벌어지며 외부로 드러나기 어려운 특성을 갖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아동 학대는 종종 뉴스 속 충격적인 사건으로 소비되지만, 그 이면에는 구조적 침묵과 무관심이 놓여 있다. 이러한 현실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문제를 드러내는 콘텐츠가 바로 ‘아동 학대 소재 드라마’다. 드라마는 단순한 오락을 넘어 사회 문제를 알리는 미디어로서의 기능을 수행해왔다. 특히 아동 학대를 주제로 한 드라마는 시청자에게 고통스러운 현실을 감정적으로 체험하게 하며, 피해자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보도록 유도한다. <소원>, <그것이 알고 싶다> 같은 시사 교양형 콘텐츠 외에도 <마더>와 같은 극본 중심의 드라마는 극적 서사를 통해 관객의 몰입을 높이며 문제의식을 환기시킨 대표적 사례다. <마더>는 친엄마에게 학대받는 소녀와 그녀를 구하려는 ‘가짜 엄마’의 여정을 통해, 생물학적 모성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를 보호하려는 책임감과 연대라는 사실을 조명했다. 이처럼 드라마는 때로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시선으로 사회적 맹점을 고발하고, 관객에게 윤리적 질문을 던지는 강력한 미디어가 된다.

 

아동 학대를 그리는 서사의 방식과 윤리적 딜레마

아동 학대를 소재로 하는 드라마는 극도의 섬세함과 윤리적 책임감을 필요로 한다. 자칫 선정적인 연출이나 감정 과잉으로 흘러갈 경우, 실제 피해자들에게 2차 가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장르의 드라마는 대체로 사실성에 기반한 묘사와, 피해 아동 중심의 감정선 구축을 중심으로 서사를 설계한다. <마더>는 원작인 일본 드라마의 감정선을 한국의 사회 구조에 맞게 재해석하며, 학대의 지속성과 사회적 방관, 그리고 법적 제도의 한계를 고발했다. 또 다른 예로 <이태원 클라쓰>는 직접적으로 아동 학대를 중심 소재로 삼진 않았지만, 아동기에 겪는 폭력과 소외가 인간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며, 학대의 ‘흔적’이 삶 전체에 남는다는 사실을 설득력 있게 전달했다. 이러한 드라마의 공통점은 단지 ‘학대’ 자체에 머무르지 않고, 그로 인해 파생되는 피해자의 삶과 사회적 연대, 그리고 주변 인물들의 책임과 무관심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이다. 즉, 학대는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이며, 이를 통해 시청자는 가해자뿐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않은 방관자’ 역시 책임의 일부임을 깨닫게 된다. 한편, 시청자의 감정을 지나치게 자극하는 방식의 연출은 오히려 아동 인권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줄 수 있다. 때문에 이 장르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진정성’이며, 그 진정성은 피해자의 시선을 충실히 재현하고, 연출이 아닌 서사 중심으로 접근하는 데서 비롯된다.

 

사회 고발 드라마의 역할과 책임, 그리고 변화의 가능성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 포스터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

아동 학대를 다룬 드라마는 단순히 시청률을 위한 자극적인 콘텐츠가 아니라, 사회적 무관심을 환기시키는 공공의 거울로서 존재한다. 이러한 작품은 시청자에게 윤리적 책임을 상기시키며, 제도와 법의 한계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또한 드라마는 현실에서 말하지 못한 이들의 이야기를 대변하며, 공동체의 역할과 태도 변화를 촉구한다. 현실은 드라마보다 잔혹할 수 있지만, 드라마는 현실보다 더 큰 울림으로 진실을 전할 수 있다. <마더>나 <디어 마이 프렌즈>와 같은 작품이 그 예다. 이 드라마들은 가정 내 폭력, 학교 방임, 공권력의 무책임 등 다양한 층위의 문제를 병렬적으로 제시함으로써, 아동 학대가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님을 강조한다. 앞으로 아동 학대 소재 드라마는 보다 다양한 서사와 시선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단순한 피해-가해 구도에서 벗어나, 치유와 회복, 제도적 개선, 그리고 주변인의 역할까지 포괄하는 입체적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전문가 자문을 기반으로 한 현실적 묘사, 피해 아동의 목소리에 대한 존중, 시청자와의 윤리적 계약을 지키는 연출 방식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이러한 드라마가 많아질수록, 우리는 침묵을 강요당하던 아이들의 고통을 더는 외면하지 않게 된다. 드라마는 세상을 바꾸지 못할지 몰라도, 적어도 그 변화의 시작을 알리는 강력한 메시지가 될 수 있다.